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APEC 2025 정상회의 및 부대 행사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천년 고도의 유산과 대한민국의 최첨단 기술력이 만나는 장으로, 특히 높이 82m의 경주타워가 우뚝 솟은 경주엑스포공원에서 펼쳐진 K-테크 쇼케이스가 세계 각국 참가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APEC 2025 CEO SUMMIT 부대행사로 개최된 K-테크쇼케이스
SK그룹, AI 데이터센터와 '꿈의 메모리' HBM으로 미래 선점
APEC 공식 경제인 사절단을 이끄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부스는 K-테크 쇼케이스의 중심 입구를 당당히 차지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SK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룬 주제는 AI 기반의 데이터센터였으며, 특히 HBM(고대역폭 메모리) 제품군이 집중적으로 소개되었다.
SK의 최신 플래시 메모리 제품은 이미 321단을 넘어선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며, 주력 제품인 HBM 역시 16단을 넘어섰다. 특히 부스에서 새롭게 주목받은 HBM4는 이전 3세대 모델 대비 2배 증가한 2,048bit의 데이터 전송 통로를 갖춰 초당 2TB라는 경이로운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또한, 중앙처리장치(CPU) 대신 램(RAM)에서 연산 기능을 수행하는 PIM(Processing-In-Memory) 기술을 적용한 AiMX 인공지능 가속카드도 미래 기술로 주목받았다.
SK는 차세대 스토리지 인터페이스인 CXL(Compute Express Link)을 적용한 SSD를 선보이며 데이터센터의 효율성 극대화를 예고했다. 더 나아가 반도체 제작 시 사용되던 실리콘 웨이퍼를 대체하여 활용도를 높이는 혁신적인 소재인 유리기판 기술과, SK가 투자 중인 리벨리온의 NPU 기반 AI 가속기까지 그룹 차원의 AI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SK텔레콤은 데이터센터의 보안을 강화하는 'AI DC SecurEdge' 제품을 공개했다. 이 제품에 적용된 제로 트러스트 보안 기술은 데이터센터 내 주요 자원에 대한 원격 해킹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오직 신뢰할 수 있는 사용자에게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SK는 석유화학 솔루션을 활용하여 차량 윤활유를 AI 서버와 배터리 팩의 냉각재로 쉽게 전용할 수 있는 액침 냉각 솔루션을 선보이며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 방안까지 제시했다.
삼성전자, 폴더블의 혁신을 넘어 '트라이폴드폰' 공개
삼성전자 부스는 HBM4와 GDDR7 등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첨단 메모리 제품들을 대거 전시하며 메모리 기술의 리더십을 과시했습니다. 특히 참가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트라이폴드폰'의 깜짝 공개였습니다.
양쪽을 모두 안으로 접는 '듀얼 인폴딩(G자형)' 구조를 적용한 이 디스플레이 제품은 평소에는 일반 휴대폰처럼 사용하다가 펼치면 태블릿처럼 넓게 활용할 수 있어 키보드 입력 등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한다. 삼성전자는 이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활용하여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생동감 있고 몰입감 있게 감상하도록 전시장에 구현해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선보였다.
현대자동차, 수소와 로봇 기술로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제시
현대자동차그룹은 '운송 수단을 뛰어넘은 플랫폼(Platform Beyond Vehicle, PBV)'을 전시 주제로 삼았다. 전시장에는 현대차의 디 올 뉴 넥쏘와 기아의 PV5 등 대표적인 수소 전기차량이 배치되어 친환경 기술력을 강조했다.
현대차는 수소 생산의 핵심 기술인 PEM(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 기술과 전기를 생성하는 연료전지 스택 기술을 자세히 소개했다. 수전해 기술은 고분자 전해질막을 이용해 물을 전기 분해하여 고순도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며, 연료전지 스택은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정교하게 조절하여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이다.
또한,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 기술과 로봇 기술을 활용한 자동 주차 시스템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도 비중 있게 다뤘다. 특히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의 시연이 있었으며, 단차나 과속 방지턱이 있는 도로에서도 수평을 유지하는 소형 모빌리티 로봇 '모베드(Mobed)'가 관람객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LG전자와 미디어 파사드, 반투명 샹들리에를 캔버스로
LG전자는 전시 공간 구석에서도 혁신적인 기술력을 뽐냈다. 특히 투명 OLED 28장을 원통형으로 결합하여 제작한 샹들리에 형태의 미디어 파사드는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시각적 경험을 선사했다.
APEC 기간 동안 경주의 밤은 첨단 미디어 아트로 더욱 화려하게 빛났다. 매일 오후 6시 30분부터 대릉원과 첨성대 등 신라의 주요 유적지에서는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한 다양한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져, 천년 고도의 유산이 첨단 기술과 만나 거대한 도화지로 변모하는 장관을 연출하며 세계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했다.
내년에 개최되는 APEC 2026은 전세계 전자제품의 80%를 생산하는 중국 광동성에서 진행된다.
(주)명정보기술 여정현 부장